문화

무려 200편 몰린 바다 위 영화 전쟁..국제해양영화제 개막

2025.06.20. 오후 02:54
 국내 유일의 해양 특화 영화제로 자리 잡은 ‘국제해양영화제(KIOFF)’가 제8회를 맞아 부산에서 다시 닻을 올렸다. 올해 영화제는 6월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고 22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국제해양영화제는 2018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해양과 인간, 자연과 문화의 교차점을 조명하며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왔다. 올해는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부산시와 공동 주최기관으로 참여하면서 영화제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이 같은 공동 주최는 해양문화 콘텐츠를 통한 사회공헌에 힘을 쏟고 있는 해진공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과 함께 개막식에 참석한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환영사에서 “해양 문화의 확산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공사의 사회적 책무”라고 밝히며, “국제해양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해양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언은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조하나 국제해양영화제 조직위원장은 개막 선언을 통해 영화제가 이제 ‘회차’를 공식적으로 명기할 수 있게 된 점에 감격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다음 해 영화제를 기약할 수 없었던 불안감 속에서 ‘연도’만 붙여왔다”며 “이제 제8회라고 부를 수 있게 되어 10회, 20회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해양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현실화됐음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날 개막식은 영화 음악감독이자 기타리스트인 이병우의 특별공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국내 해양영화 제작지원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해진공이 후원한 이번 공모에는 2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 문숙희 감독의 ‘인생 세탁소’, 이문주 감독의 애니메이션 ‘뉴-월드 관광’, 전진융 감독의 ‘국도 7호선’ 등 총 1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이후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소피아의 상어 이야기’(Her Shark Story)의 상영이 이어졌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해역을 배경으로 여성 해양생물학자 소피아 그린이 고래상어와 교감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이그나시오 워커, 데니스 아르케로스 감독의 공동 연출작이다. 정서적 영상미와 섬세한 수중 촬영, 생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워커 감독은 “오늘이 이 작품을 가장 큰 스크린으로 본 날”이라며 감회를 전했고, “영화 속 고래상어는 실제로는 스크린보다 훨씬 커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GV는 단순한 영화 해설을 넘어 해양과 인간, 생태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자리가 되었다.

 

올해 영화제는 ‘바다가 닿는 곳(Where the Sea Touches Us)’이라는 주제로 10개국에서 출품된 34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상영은 영화의전당 내 3곳의 상영관에서 이루어지며, 관람료는 5,000원으로 책정되어 온라인 예매와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다.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해양의 생명력과 인간의 삶을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폐막식은 22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폐막작으로는 정윤철 감독의 신작 ‘바다 호랑이’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로,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공식 개봉일(6월 25일)보다 앞서 특별 상영되는 이 작품은 바다와 죽음, 기억과 책임을 묵직하게 다루며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조하나 조직위원장은 “국제해양영화제는 단지 영화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 전 세계 바다를 극장에서 만나는 축제의 장”이라며 “부산 시민들이 해양 영화의 중심에서 이 축제를 충분히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양 도시 부산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국제해양영화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해양문화 플랫폼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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