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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제마저 아스널에 뺏기자 터진 분노…레비의 소극적 태만이 부른 비참한 최후

2025.09.05. 오후 03:22
 토트넘 홋스퍼의 25년 '다니엘 레비 시대'가 충격적인 방식으로 막을 내렸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자발적 사임'과 '승계 계획의 일환'이라는 부드러운 표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구단주 가문의 냉정한 '경질'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클럽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 폭발한 결과로 해석된다.

 

2001년, 조 루이스 구단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토트넘의 수장이 된 레비 회장은 분명 명(明)과 암(暗)이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클럽의 인프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약 1조 9천억 원을 투입해 건설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단순한 축구장을 넘어 콘서트, NFL 경기 등을 유치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고, 홋스퍼 웨이 훈련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의 철저한 계산과 비즈니스 수완 덕분에 토트넘은 거부들의 돈 잔치가 벌어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며 전 세계 수익 10위권의 거대 클럽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레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우승에 대한 야망 부족'이었다. 재정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그의 '짠돌이 경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발목을 잡았다.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 정상급 선수들을 눈앞에서 놓쳤고, 바로 올여름에는 '철천지원수' 아스널에 에베레치 에제를 뺏기는 굴욕을 당하며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그의 손에 의해 쫓겨나거나 떠나갔다. 25년의 재임 기간 동안 들어 올린 트로피는 단 2개(2008년 리그컵, 2024년 유로파리그)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기는 영광을 위한 것, 레비의 경기는 탐욕을 위한 것"이라는 팬들의 플래카드는 그의 시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통렬한 비판이었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것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구단주인 루이스 가문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단주는 레비 회장에게 직접 해임을 통보하며 "우리도 팬들처럼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식 발표 뒤에 숨겨진 '사임 권고'라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제 토트넘은 레비 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전 아스널 CEO였던 비나이 벵카테샴이 새로운 리더로 부임했고, 구단은 '장기적인 스포츠적 성공'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25년간 클럽을 현대적인 비즈니스 제국으로 키워냈지만, 축구의 본질인 '승리의 영광'을 안겨주지 못했던 '레비 시대'의 종말은 토트넘이 과연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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