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5.09.08. 오후 05:13
 거대한 방망이를 들고 범죄와 불의를 소탕하던 정의의 상징. 할리우드 영화 '워킹 톨'의 실제 모델이자 전설적인 보안관으로 추앙받던 한 남자가, 실은 아내를 무참히 살해하고 뻔뻔한 거짓말로 반세기 넘게 전 세계를 속여온 살인범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58년 만에 백일하에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최근 검찰 발표를 인용해, 1964년부터 1970년까지 테네시주 맥네어리 카운티를 지켰던 보안관 부포드 퍼서가 1967년 자신의 아내 폴린 멀린스 퍼서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내용의 기소장을 공개했다. 비록 퍼서가 1974년 교통사고로 사망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는 없지만, 검찰은 "살아있었다면 명백히 유죄 판결을 받을 수준의 증거를 확보했다"며 "희생자의 짓밟힌 명예와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부포드 퍼서는 단순한 시골 보안관이 아니었다. 키 198cm, 몸무게 113kg의 거구에 프로레슬러 출신이라는 이력까지 더해져, 그는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였다. 그의 이야기는 1973년 영화 '워킹 톨'로 제작되어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영화 속 그는 밀주와 불법 도박, 매춘이 판치는 고향에 돌아와 거대한 나무 방망이 하나로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불굴의 영웅으로 그려졌다. 이 영화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2004년에는 할리우드 스타 드웨인 '더 락' 존슨이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될 정도로 그의 신화는 굳건했다.

 


하지만 그 신화의 시작점에는 추악한 거짓이 있었다. 1967년 8월 12일 밤, 퍼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중 괴한의 총격으로 아내가 사망하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비탄에 빠진 영웅의 모습에 모두가 그를 동정했다. 그러나 사건 초기부터 진술은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수사 당국이 반세기 만에 다시 들여다본 부검 결과와 증거들은 퍼서가 바로 범인임을 명백히 가리키고 있었다.

 

첫째, 아내 폴린은 차 안에서 총을 맞았다는 그의 진술과 달리, 차 밖에서 피격된 후 차 안으로 옮겨진 정황이 뚜렷했다. 둘째, 퍼서 자신이 입었다는 총상은 괴한과의 총격전에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총구를 몸에 거의 대고 쏜 '근접 총상'이었다. 전문가들은 그가 스스로 꾸며낸 자작극일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가장 소름 돋는 사실은, 아내의 시신에서 이미 오래전에 코뼈가 부러졌다가 아문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는 퍼서가 아내에게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행사해왔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였다. 결국 이 사건은 수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미제로 분류되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웅의 비극으로만 남는 듯했다.

 

그러나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2022년, 테네시주 수사국이 미제 사건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58년간 잠들어 있던 악마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 검사 마크 데이비슨은 "이것은 전설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오직 피해자 폴린과 그 가족을 위한 것이다. 58년이 흘렀지만, 그녀는 마침내 진실과 정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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