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이태원 클라쓰' 5년 만의 귀환…김다미, 생애 첫 시대극 도전이 '독'이 될까 '약'이 될까?

2025.09.12. 오후 06:06
 2024년 안방극장을 휩쓴 '정년이 신드롬'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시대극 '워맨스'가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쇠락해가는 여성 국극단의 애환을 그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정년이'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버스 안내양'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그 중심에 '정년이' 흥행의 한 축이었던 배우 신예은이 서 있다는 점에서 방송가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서울, 100번 버스를 누비던 두 안내양 영례(김다미 분)와 종희(신예은 분)의 눈부신 우정과 엇갈리는 첫사랑을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정년이'를 통해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끌어낸 신예은이 연이어 시대극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년이'의 성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라는 낯선 배경과 여성 국극이라는 생소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16.5%를 돌파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 이 신화의 중심에는 주인공 '윤정년' 역을 맡아 3년간의 소리 수업이라는 초인적인 노력을 증명해 낸 김태리가 있었다. 그녀는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쥐며 그해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신예은은 그런 김태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허영서' 역을 맡아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과 소리 실력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정년이' 이전의 다소 아쉬웠던 평가를 완벽히 뒤집고,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정년이'의 라이벌에서 '백번의 추억'의 단짝으로, 김다미와 새로운 워맨스 호흡을 맞춘다.

 


'백번의 추억'은 김다미에게도 특별한 도전이다. 바로 데뷔 후 첫 시대극이기 때문이다. 영화 '마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이태원 클라쓰' 등 현대극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뽐내온 그녀가 1980년대의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큰 화제다. 김다미는 "그 시대만의 커다랗고 순수한 첫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년이'의 후광은 '백번의 추억'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JTBC는 이미 '재벌집 막내아들'로 시대극의 짜릿한 흥행을 맛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재벌집'은 회귀라는 판타지 설정과 재벌가의 암투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성공의 핵심 동력이었다. 반면 '백번의 추억'은 두 청춘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비교적 잔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에 기댄다.

 

과연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8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을까? '정년이'의 김태리X신예은 조합을 뛰어넘는, 김다미X신예은의 새로운 워맨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년이'가 쌓아 올린 높은 성벽은 '백번의 추억'에게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자, 동시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HOT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