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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피자'가 뭐길래...칼부림으로 끝난 피자 사장님의 절규

2025.09.05. 오후 02:44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 가게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의 이면에는 배달 플랫폼의 출혈 경쟁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압박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게 하자 보수 비용이 표면적인 갈등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피의자인 가맹점주 A씨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근본적인 원인은 '1인분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야기한 수익성 악화와 극심한 스트레스였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참극이 벌어진 지 하루 만에 경찰은 A씨의 여자친구와 가맹 본사 P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A씨가 회복하는 대로 살인 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비극의 중심에는 '돈' 문제가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이 "평소 배달 수수료 문제로 인한 고충이 컸다"고 증언했다. 특히 "최근에는 본사가 1인 피자 메뉴를 권장해서 고민하는 것을 들었다"며, 1인 메뉴 도입이 아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가맹 본사 P사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P사 관계자는 "A씨가 '1인 세트메뉴'를 하루이틀 판매했지만, 그 뒤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평소 배달 수수료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점주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판매를 중단할 만큼 '1인 메뉴'는 뜨거운 감자였고, 이 문제를 둘러싼 본사와의 갈등에 인테리어 비용 분쟁까지 겹치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중저가 피자 브랜드인 P사는 수익성이 낮은 '1인 메뉴' 도입을 점주들에게 권장해야만 했을까? 그 배경에는 업계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촉발한 '1인분 배달' 경쟁이 있다. 배민이 지난 4월 최소주문금액 요건을 없앤 '한그릇'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자, 1인 가구와 혼밥족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70여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쿠팡이츠마저 부랴부랴 1인분 배달 시장에 뛰어들자,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 거대한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관련 메뉴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경쟁의 모든 부담이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한 가맹점주는 "배달비는 고정액(서울 3400원)인데, 객단가가 낮아질수록 점주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인 메뉴는 가격이 1만원가량인데, 건당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이미 40%(4천원)를 떼주고 팔아야 하는 셈"이다. 브랜드 전체의 매출과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본사는 '1인분 배달'을 독려하고,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점주는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구조다.

 

물론 P사는 "메뉴 도입은 점주들의 자율에 맡겼다"며 강제성이 없었다고 항변한다. 또한 부담을 느끼는 점주들을 위해 주문 수만큼 피자 도우 1개 가격을 지원하는 정책도 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배달앱들이 1인용 무료 배달 등 소비자들이 내야 할 비용을 점주와 본사에 전가하며 경쟁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영세 프랜차이즈와 점주들은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배달 플랫폼이 시작한 치킨게임의 대가를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로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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