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내 신장을 살리는 '진짜' 식단은? 저염·저단백이 오히려 독이 되는 반전!

2025.09.24. 오후 06:12
 만성 신장 질환 환자들에게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온 '저염‧저단백 식단'이 오히려 신장 기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의료계와 환자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이번 연구는 신장 질환 환자들의 식단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며, 맞춤형 영양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24일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장혜련, 전준석, 이경호 교수 연구팀은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을 위한 식단 지침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연구팀은 양쪽 또는 한쪽 신장이 손상된 생쥐 모델을 활용하여 다양한 식이요법이 신장 기능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고염식과 저염식 △고단백식과 저단백식 △고지방식과 저지방식 등 여러 조합의 식단을 적용하여 그 결과를 면밀히 관찰했다. 이경호 교수는 이번 연구의 취지에 대해 "급성 신손상 환자들은 회복기에 염분과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이러한 식단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막연한 제한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식단 지침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 결과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양쪽 신장이 모두 손상된 생쥐에게 저염‧저단백‧저지방 식단을 공급했을 때, 예상과는 달리 세포의 섬유화, 증식, 분화에 깊이 관여하는 체내 신호전달 경로인 'TGF-β(형질전환 성장인자-베타)'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로 인해 손상된 신장 조직에서 불필요한 섬유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염증 반응에 취약한 상태로 변모하여 신장 기능의 회복이 오히려 지연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신장 부담을 줄이려던 노력이 오히려 신장 회복을 방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저염‧저단백 식단의 반대 개념인 고염‧고단백‧고지방 식이가 정답일까? 연구팀은 이 역시 아니라고 밝혔다. 사람의 신장세포를 이용한 추가 실험에서 고염‧고단백 환경에 노출될 경우 신장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는 현상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즉, 저염‧저단백 식단과 마찬가지로 고염‧고단백 식단 또한 신장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신장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식단 제한이나 과도한 섭취 모두 지양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급성 신손상 환자의 회복기 식단 관리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준석 교수는 "급성 신손상 환자의 회복기에서 식단 관리의 방향성을 제시한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했으며, 장혜련 교수는 "식이요법은 환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비(非)약물 치료 전략 중 하나"라며, "막연하고 일률적인 방법보다는 환자의 회복기 신장 기능 상태에 따라 세심하게 설계된 맞춤형 영양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급성 신손상은 신장 기능이 갑작스럽게 저하되는 심각한 상태로, 소변량 감소, 부종, 구토, 호흡 곤란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부정맥이나 심정지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만성 신장병으로 진행되거나 심지어 투석이 필요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신속하고 적절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의 발표는 신장 질환 환자들의 식단 관리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적인 저염‧저단백 식단이 능사가 아님을 밝혀낸 만큼, 의료진과 환자들은 더욱 신중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영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신장 기능 회복을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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