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조의 효심 깃든 '이 건물', 230여 년 만에 보물로 인정

2025.12.19. 오후 08:02
 국가유산청이 고려시대 석탑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요한 기준점들을 국보로, 그리고 그동안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조선 후기 사찰 누각들을 보물로 지정하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각각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식과 고려 초기 석탑의 확립된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우리나라 석탑 연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이와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순천 송광사 침계루', '안동 봉정사 만세루', '화성 용주사 천보루'는 조선 후기 사찰의 다양한 건축 양식과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보로 승격된 두 석탑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명확한 시대적 증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비록 직접적인 기록은 없으나, 법인국사탑비의 비문 내용과 조각 양식을 통해 고려 광종 시절인 10세기 중반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단부에 사실적으로 조각된 사자상과 유려한 팔부중상은 통일신라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낮고 넓적한 옥개석 등에서 고려 시대의 새로운 기법을 명확히 보여주는 과도기적 특징을 지닌다. 반면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1011년 건립이라는 명확한 시기를 알려주는 190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학술적 가치가 압도적이다. 기단부의 십이지신상부터 팔부중상, 1층 탑신의 금강역사상에 이르기까지, 다른 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조각 배치는 당시의 불교 교리를 충실히 반영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사찰 누각 3건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건축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찰 가람배치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보물 지정 사례가 드물었던 누각 건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것이다. '순천 송광사 침계루'는 승려들의 강학 공간이라는 독특한 기능과 함께, 전라도에 위치하면서도 경상도 지역의 건축 기법이 확인되어 당시 지역 간 건축 기술 교류의 증거를 제시한다. '안동 봉정사 만세루'는 1680년 건립 이후 큰 변형 없이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여러 편액 기록을 통해 건물의 변천 과정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화성 용주사 천보루'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한 왕실 원찰(願刹)의 부속 건물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가 남다르다. 1790년 건립된 이 누각은 아래층을 통해 진입하는 독특한 구조와 함께, 궁궐 건축에서 나타나는 유교적 요소가 사찰 건축에 혼합된 원찰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사찰 누각을 넘어, 조선 후기 왕실의 불교관과 건축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3건의 누각에 대해 3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보물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며, 이번 지정을 통해 우리 건축사의 다채로운 면모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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