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둑놈들!”… 최빈국 대학생들이 국회 향해 돌 던지고 차에 불 지른 충격적인 이유

2025.09.18. 오후 04:41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동남아시아 최빈국 동티모르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전원에게 값비싼 새 차량을 지급하려는 정부 계획이 알려지며 나라 전체가 들끓고 있다. 성난 민심의 선봉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의 절망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젊은 대학생들이 섰다. 지난 15일부터 수도 딜리의 국회의사당 인근은 분노한 2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거대한 시위 현장으로 변했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시위대는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고,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들을 강제 해산에 나섰고,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모든 분노의 시작은 국회의원 65명 전원에게 도요타의 신형 SUV를 한 대씩 지급하겠다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황당한 계획 때문이었다. 인구의 40%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사회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나라에서 나온 이 계획은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도둑을 막아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자신들의 세금이 소수의 특권을 위해 낭비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동티모르 국립대학교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차량 구매 계획이 공식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격렬한 시위에 직면한 정치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의원 차량 구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승인했던 정당들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자, 부랴부랴 의회에 해당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위대의 판단이다. 이들은 정당의 약속이 아닌 국회의장의 공식적인 결정과 발표가 있어야만 집회를 멈출 것이라며 대치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 대학생은 "이 결정이 취소되지 않으면 우리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제 하무스오르타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나 의회가 잘못했을 때 시위로 항의할 권리는 있지만, 폭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한번 터져 나온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450년의 포르투갈 식민 지배와 24년간의 인도네시아 강점기 동안 2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겪고 2002년에야 비로소 독립을 쟁취한 동티모르. 기나긴 투쟁 끝에 얻어낸 나라에서 국민들이 마주한 것이 지도층의 부도덕과 민생을 외면한 예산 낭비라는 사실은 깊은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차량 몇 대의 문제를 넘어, 동티모르 사회에 내재된 깊은 불평등과 정치 불신이 폭발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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